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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Column

이어폰 매니아들의 음질 집착에 대한 담론.

by No.Fibber 2014. 11. 18.

목차

     

    ▲ 여전히 쌩쌩 잘돌아가는 제 오랜친구 소니 D777과 Z555

     

    2003년이 몇일 남지 았았던 날, 시간은 새벽 3시쯤 되었을 겁니다. 새로 구입한 젠하이져 HD650을 명기라 불리우던 CD플레이어 4대에 번갈아 끼워가며 음질테스트용 CD의 같은 곡을 듣고 또 들었습니다.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마음 속 메시지를 애써 누르길 수 십번, 그 순간 제 귀를 스쳐지나가는 기타 선율의 떨림. 분명 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디테일이었습니다.

     

     

     

     

     

    "휴.. 이제 됐다..."

     

     

     

     

     

     

    이번에도 실패하지 않았다는 안도감. 그렇게 가늘게 이어가던 자존심의 끈을 붙잡고, 나른해진 몸을 의자에 기대어 뉘인체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박스 수 십개에 나뉘어 담겨져있던 500개가 넘던 이어폰/헤드폰/CDP/MDP들. 10년을 모아오던 나의 추억이고 내가 세상과 타협하고 싶지 않았던 "진리"의 산물들이었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덧 없고 막연해졌습니다.

     

     

     

     

     

    "나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헛 웃음이 옅어질때 쯤 오감을 자극하던 "음질"이 "음악"으로 들리기 시작 했습니다. 처음 알았습니다.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동원 되었던 소리가 바로 음악이었고, 그 음악이 내 생각 보다 더 슬픈 선율 이었다는 사실을.

     

     

     

     

    뜨거웠던 10년. 실패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0대의 뜨거운 영혼이 발견한 "빛"과 같은 진리, 바로 "음질"

     

    ▲ 이제는 부족한 것이 많은데,여전히 Z555의 소리가 최고라고 자기최면을 건다.

     

     

    음질이라는 진리(?)를 탐닉하게 된 계기는 친구 때문이었습니다. 금성전자 아하프리가 최고의 음향기기인줄 알고 살던 제게, 친구는  파나소닉 SL-S600 CDP와 소니 MDE-E868 이어폰을 통해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이데아를 들려주었습니다. 충격 이었습니다.

     

    그 후로 10년간 수백만원이 넘는 시스템을 거치면서도, 그때 들었던 그 소리는 아직도 최고의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한줄기 빛을 만난 것 같았습니다. 전 곧바로 음질이라는 "진리"에 빠져 살기 시작했습니다.

     

     

     

     

    ▲ 요즘 기준으로 치면 CD900ST가 CD3000과 CD1700보다 훨씬 더 뛰어난 소리여야 한다

     

     

    삶과 사람이 아닌 기계에 마음을 쏟으며 진리를 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상은 그들을 매니아라고 칭합니다.  매니아들은 자기가 소비가능한 것 부터 구매하며 역량을 넓혀 가는데, 그 선봉에 서는 것이 만원 이하로 시작 할 수 있는 이어폰과 십 수만원부터 구매 가능한 미니음향 기기 입니다

     

    CDP코리아에 10~20대가 많고, SLR클럽에 30~40대가 많은 이유 이기도 합니다. 소수의 인원들은 10년이 넘은 30~4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음향 커뮤니티에 남아 높은 지식을 갖춘 초고수로 거듭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30~40대 부터 주 관심사가 자동차 혹은 카메라로 옮겨가게되고, 이어폰과 헤드폰은 서브 아이템으로 내려 앉습니다.

     

    연령과 상관없이 취향이 변하는 것이라고 말 하는 이도 있을 테고, 그것이 틀림없는 사실 일 수도 있지만, 큰 틀에서 바라보면 10~20대가 이어폰을 주로가지고 놀고 30~40대가 오디오 시스템과 자동차,카메라를 주로 다루는 이유는 취향이전에 그 집단이 가지고 있는 소비역량의 차이라고 보튼 것이 좀 더 타당합니다.

     

    재미있는건 비중 입니다. 절대 가격은 30~40대가 다루는 자동차와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이 더 높지만 그 것을 구매하는데 지불하는 비용이 자기가 가진 것의 전부인 경우는 드뭅니다. 

     

    하지만 10~20대에게 음향기기를 구매하는 몇 십만원은 그들이 가진 경제력의 전부인 경우가 많습니다. 두 집단 모두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투자하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일부인 것과 전부인 것은 크게 다릅니다.

     

    돈이 전부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경제력을 다 쏟아가며 이룬 가치는 경우에 따라 인생의 방향까지 대입된 "진리"로 포장되기도 합니다. 이것이 이어폰과 헤드폰에 집착하는 10~20대들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질이라는 가치를 "진리"로 포장하여, 30~40대들의 허세에 머물지 않고 더 강력한 배타성과 공격성을 가지게 되는 이유 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의 10~20대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음질은 "추구 하고싶은 가치" 일수는 있어도, "강요 할수있는 진리"가 될 수는 없다.

     

    ▲ 데이터로 치면 거지같은 소리인데, CD3000은 여전히 특별(?)하다는 궤변들이 많이 보인다. 

     

     

     

    이 글이 어떤 커뮤니티 분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어느정도 반향을 일으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6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릴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어찌됐건 이 글에는 칭찬과 비난 모두 제가 얻고자 했던 내용이 아닌 반응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완전히 실패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어팟 콘텐츠에서 하고싶었던 말은, 이어폰을 판단하는 척도는 좋고 나쁨이 아니라 맞고 맞지 않음이 되는게 더 우선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근거 마련이 가능한 골든이어스와 시디피코리아의 매니아들은 자신이 가진 노하우와 지식이 음질의 좋고 나쁨과 자신의 해박함을 알리기위한 무기로 사용되는 동안, 자본은 그것을 폭리를 취하게 만드는 무기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본의가 아니라 하더라도 더 이상 자본의 노예가 되는 행동들은 그만 멈추고, 수 십 가지로 갈릴 수 밖에 없는 음악의 스타일과 대중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 할 수 있는 "알맞은"이어폰을 선별하고 추천하는데 힘을 써야한다 였습니다. 

     

     

    ▲ 그래도 D777과 CD3000의 조합은 나쁘지 않다.

     

     

    2015년을 사는 99퍼센트의 대중들은 예전처럼 음질을 누리기 위해 따로 수고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스마트폰을 살 때 기본제공하는 이어폰 만으로도 그들을 만족할 만한 충분한 음질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대중들에게 지금 내가 듣는 음악을 더 즐겁게 들려줄 이어폰과 헤드폰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을 능력이 없다는 사실 입니다. 그래서 자기보다 더 나은 지식인들에게 자문을 구하는건데, 그들은 순서가 바뀌었다며 음질부터 배우라고 강요 합니다.

     

    그리고는 한국 대중음악의 레코딩 퀄리티로는 이론상 스펙도 쫒아가지 못할 High-Res음원과 DAP를 손에 들고 또다른 진리를 찾았다고 해맑게 웃습니다.

     

    하지만 그 음질이 이론적으로 완전무결한 가치를 지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대중을 옭아맬 진리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음질은 절대 "추구 하고싶은 가치" 일수는 있지만, "강요 할수있는 진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비록 세상과 어른들이 우리들에게 "이겨야한다"고 가르쳤지만.

     

    ▲ 한때는 꽤 귀한 몸이었던 CD1700

     

     

     

    우리들은 객관식 페러다임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익히자 마자 정답과 오답사이에서 정답을 더 많이 맞춘 사람만 살아남는 전장속에 던져지고, 남을 이겼으니 짓밟아도 된다는 각박함에 익숙해져 갑니다. 나라가 마련하고 부모님들이 권하는 합리적인(?) 세상입니다.

     

    피할 수 없음에 즐기는 척이라도 해야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라면, 그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중 하나가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음악마저 정답과 오답의 잣대로 남들보다 더 우월하기 위한 한줄세우기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슬픕니다.

     

    비록 세상과 어른들은 우리에게 앞으로 전진하며 이겨야 한다고 가르쳤지만, 즐기는 순간마저 하나의 길과 옳고 그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모두 공감했으면 합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의미없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나와 내 친구들이 아닌 우리 모두를 옭아매는 자본만을 위한 존재는 아니었는지 판단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치는 추구하고 공유하는 것입니다. 요구하고 주입하는 것이 아닙니다.

     

     

     

     

     

    ※ 프랭크타임 밀어주기(지원금 기부) 진행합니다.

     

    우리나라 문화에 맞지 않는 면도 있기에 의미있는 변화가 있을 거라고 큰 기대는 걸지 않습니다. ^^ 다만 혹시라도 여러분들과 함께벌이고자 하는 이 판을 좀 더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여 프랭크타임도 밀어주기(지원금) 를 시작합니다.

     

     

    모든 지원급 적립내역은 매월 초 공개되며 사용할 수 있는 만큼의 금액이 모인다면, 모든 금액은 리뷰용 제품구매, 그리고 리뷰 후 이벤트 판매로 진행되거나 운영 활성화를 위한 이벤트금액으로만사용됩니다.

     

     

     

     

     

     

     

     

     

     

     

     

     

     

     

     

     

    20141117 Franktime.com

     

     

     

     

     20140416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잊지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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